업주 인건비도 못버는 불황…밑천 다 날리고 빚더미
|
지난달 27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한 식당가 1층 상가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10m 정도 떨어져 호프집도 임대매물로 나와 있다. |
설상가상 대출을 받아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다보니 소득 대비 대출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른 상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인데 그 앞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까지 떨어져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구지역 자영업자 대출의 전국 비중은 6.3% 수준으로 지역내총생산(GRDP·3.1%), 총여신(4.7%), 가계대출(4.2%)의 비중을 웃도는 상황이다.
또 2013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지역 자영업자 대출은 연평균 17.8%의 증가율을 기록, 전국 평균 증가율(11.0%)은 물론 여타 광역시 평균(13.5%)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에 2012년 12월 말 2억5천940만원이던 지역 자영업자 대출 차주(돈을 빌린 사람) 1인당 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3억9천23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차주의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도 930.0%로,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는 소득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규모는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여기에 연 1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의 연평균 증가율도 23.0%로, 전국(5.9%)과 여타 광역시(13.4%) 평균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게다가 돈을 빌린 사람 중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차주의 대출 규모는 1조7천억원으로, 대구지역 자영업 대출의 5.2%(차주수 기준 8.1%)를 차지한다.
차주수 비중으로는 전국과 여타 광역시 평균을 밑돌지만, 이들이 가진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4.6%)과 여타 광역시(5.0%)를 넘어선다. 이런 탓에 취약차주 1인당 대출 규모는 2억5천100만원으로, 전국(1억8천290만원)과 여타 광역시(1억6천910만원)를 크게 넘어섰다. 돈을 갚기 힘든 상황의 차주가 빌린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차라리 최저임금 탓이었으면
연이은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자영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장의 속내는 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매출만 나온다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손님이 끊기면서 수입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2016년 자영업 폐업률은 87.9%로 2017년 최저임금 7천530원으로 오르기 한 해 전 통계다. 최저임금 탓에 역대 최고치의 자영업 폐업률을 기록했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70%가량은 직원없이 사장 1명만 일하는 곳으로 사실상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자영업자는 570만1천명, 이 중 아르바이트생이나 종업원을 두고 있는 경우는 166만2천명, 29.1%에 불과하다. 나머지 403만9천명(70.9%)은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려가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같은 기간 배우자·자녀 등 무급가족 종사자는 118만명에 이른다. 결국 자영업자 10명 중 7명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관련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률과 자영업자 폐업률의 연관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이 12.3%나 오른 2007년 전국의 자영업자 폐업건수는 전년에 비해 38.5%나 낮아졌고 같은 기간 대구의 경우 48.6%(3만4천361건→1만7천667건)나 떨어졌다. 이때는 1929년의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시기였다. 인상률이 5% 안팎이었던 2011~2013년은 자영업자 폐업건수가 오히려 소폭 올랐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폐업 요인으로 ‘과당경쟁’과 ‘준비부족에 따른 전문성 결여’ 등을 꼽는다.
한국은행 남윤미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금리와 임대료 상승이 폐업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동북지방통계청도 2010~2014년 대구 북구지역의 음식점업 폐업률이 73%에 달하는 것에 대해 ‘자영업 과밀화’ ‘창업자들의 전문성 부족’ 등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강신규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장은 “전문가 상담을 받고 나면 아예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쉽게 생각하고 창업에 나서는 이가 많다. 특히 외국은 창업자 전문가 상담이 필수인 분위기이지만, 국내 창업자 상당수는 전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면서도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시작,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거기다 한 번 사장이 되고 나면 다시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힘들어 다시 창업하게 되고, 결국 1억원 자본금으로 시작했다가 5천만원, 거기서 안되면 대출을 받아 하다보니 빚폭탄이 더 커진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이들의 인식을 바꾸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 2018-10-01 영남일보 기사 발췌
■ 기사 원문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81001.010030716310001